
어릴 적부터 나는 책 속에 스며 있던 차 향기를 좇았다.
선현들이 수련의 길을 걷다 잠시 멈추어,
맑은 찻잔에 마음을 내려놓으며 즐기던 다도.
나도 언젠가 그 잔을 들고 싶었다.
그러나 내 몸은 늘 거부했다.
녹차를 마시면 속이 흔들리고,
울렁임이 밀려왔다.
차갑게 식은 손끝과 발끝,
본래 찬 성질을 품은 소음인의 기질은
그 맑고 차가운 기운을 감당하지 못했다.
그래서 녹차는 늘 동경에 머물렀을 뿐,
내 생활로 스며들지 못했다.
세월이 흘러, 요즈음 나는 말차를 만났다.
한 스푼의 가루가 차선의 움직임에 풀리며
잔 속은 초록의 심연이 되었다.
말차는 내 안에서 오래 잠들어 있던 평온을
비로소 존재하게 해 주었다.
속은 불편하지 않고 오히려 단정해졌다.
에너지는 아래로 모여 안정되었다.
마치 오랜 세월 돌고 돌아
내게 와주기로 한 벗을 이제야 만난 듯했다.
말차는 찻잎을 갈아 온전히 품은 차.
카테킨은 묵은 기운을 씻어내고,
테아닌은 마음의 결을 고요히 가라앉힌다.
카페인은 날 서지 않고 부드럽게 번져,
머리를 맑히고, 심장을 조용히 두드린다.
요즘 세상은 K-푸드의 바람으로 분주하다.
라면, 냉동김밥 같은 빠르고 자극적인 음식들이
세계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그 와중에, 몸을 맑히는 이 말차가
같은 무대에 올랐다는 사실이 반갑다.
맛을 넘어 마음과 건강까지 돌보는 길이
함께 주목받는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바람직한 흐름이 아닐까.
어쩌면 음식이 가야 할 참된 목적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나는 오늘도 하루의 끝에 잔을 내린다.
하루를 마감하며 말차 한 잔으로
에너지를 고요히 내리고,
달려온 고단함을 위로받는다.
힘들었던 시간이 부드럽게 풀리고,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조용히 새로움이 움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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