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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테야의 인문학
조직의 분노

“손발은 묶어두고, 왜 못했냐고 묻는다”

by metteyya 2025. 9. 11.


대학이 개학을 했다.
그 순간, 우리 센터의 하루는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근로장학생이 맡아주던 자잘한 일들,
바우처 카드 결제, 제공기록지 서명받기, 교육장 의자 정리, 어르신 맞이하기,커피머신기 관리…
이런 잡무가 이제는 구멍 난 듯 비어버렸다.

 

북구 쪽 센터는 여전히 대학생들로 북적이지만
여긴 대학가와 멀다.
야간을 다니거나 집이 가까운 학생이 아니면
굳이 여기까지 오지 않는다.

애초에 인력 풀(pool)이 좁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근로장학생이 없는 날, 대표가 직접 내려왔다.
“내가 해줄게.”
겉으로 보기엔 멋진 대표처럼 보였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바쁘니 업무를 차근차근 설명했다.
“여긴 이렇게, 저긴 저렇게 입력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대표는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찾아보지도 않고
“서류가 없네, 이름이 잘못 기입됐네” 하며 멀리 있는 나를 불러댔다.
나는 정신없이 쫓아가서 “여기 있네요” 하고 찾아주고 설명해주기를 반복했다.


휴~~ 일이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도리어 엉망진창이 되어가고, 영혼은 가출 상태였다.

 

지난번 같았으면, 나 혼자 모든 걸 감당했을 것이다.


그런데 차라리 혼자 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것은 문제 해결이 아니라,
입막음을 위한 쇼에 불과했다.
“인원을 충원했으니 할 조치는 다 했다.”
그 모양새만 챙기면 끝이었다.
일은 여전히 처리되지 않았고,
잔소리와 지적만 쌓여갔다.

 

또 왜 안했니 하고 소리치려고 잔꾀 부리는 것 같다

 

더 씁쓸한 건, 이런 혼란이 우리 센터만의 문제라는 점이다.
다른 센터들은 여전히 근로장학생들이 남아 북적이고,
우리 센터만 대학가와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개학과 동시에 일손이 통째로 빠져나갔다.

 

일은 그대로인데, 사람만 없어진 자리.
그 공백을 메우는 건 결국 현장에 남아 있는 우리 몫이다.


“왜 안 했니?”라는 말만 쏟아내지만,
정작 일할 사람과 일할 시간이 없다는 사실은 모른다.


책임은 늘 아래로 내려오고,
잔소리와 지적은 위에서 쏟아진다.

 

결국 이 하루가 보여준 건 단순한 상황이 아니었다.


일을 이어갈 수 없는 구조,
문제를 땜질로 덮으려는 태도,
그리고 그 속에서 고단하게 버티는 사람들의 현실.

 

근로장학생이 없는 하루,
남은 건 일도 아닌, 성과도 아닌,
그저 잔소리뿐이었다.


일할 조건은 만들지 않고, 왜 안 했냐고 다그친다. 근로장학생이 빠져나간 공간, 남은 건 책임 전가뿐이었다.”